도서 개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과 진보하는 기술 속에서 존재의 가치도 나날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천 개의 파랑>은 기술이 배제해 버리는 이들, 또한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소외된 이들에 대해 올곧게 응시하며 따뜻하게 감싸줍니다. 이야기 속의 기계 콜리는 사람처럼 느끼고 생각하지만 결국 하반신이 부서지게 되면서 폐기를 앞두고 있고, 경주마 투데이는 열심히 달린 과거의 빛을 금세 읽어버리고 안락사당할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그밖에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인간 주인공들의 이야기도 펼쳐집니다. 동물, 인간, 그리고 인간의 연대 이야기, 세계의 느리고 약한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정한 시선으로 풀어낸 소설입니다.
나의 생각
흥미롭게 읽은 소설입니다. 너무 감질맛이 나고 빨리 읽고싶어지는 그런 서사는 아니었습니다. 책 속에 나도 모르게 훅 빠져드는 그런 느낌은 아닙니다. 하지만 읽는 내내 무언가 편안하면서 따뜻한 느낌을 받은 소설입니다. 힐링했다고 표현하면 될 것 같습니다. 서사가 인물별로 나뉘어 서술되어 있는 것이 인상 깊었고, 그런 장치를 통해 각 인물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하지만 읽기 전에 너무 기대를 했던 탓인지, 생각보다 크게 감명 깊진 않았습니다. 이 직전에 읽은 <노르웨이의 숲>의 감명이 너무 커서 그랬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좋았습니다. 그 이상은 아닙니다. 누군가는 극찬을 하고 강력 추천한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저 힐링되고 좋았던 소설이라는 표현이 적당한 것 같습니다. 배경이 한국이어서 상상하고 공감하면서 읽기 좋았습니다. 또한 인간, 로봇과 동물의 연대를 은은하게 잘 표현해 내서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들이 많았던 소설입니다. 첫번째로는 로봇인 콜리가 상황을 감정으로 인해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로봇이 오히려 인간적인 부분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감동적이었습니다. 또한 로봇들의 효율성이 인정된 후, 잉여인간의 문제에 대해 다룬 것도 인상 깊었습니다. 소설 중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옵니다. 인건비가 비싸지니까 로봇을 사용하는 게 훨씬 낫다는 말이었죠. 초기 비용은 비싸도 로봇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제4차 산업혁명 이야기가 나오면서부터 잉여인간에 대한 걱정은 많았지만, 이렇게 소설 속 이야기로 간접 경험을 해보니 생각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다가왔습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인간이 점점 더 많아지고 빈부격차가 더 심해질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극 중 주인공이 많이 공감하고 친구라고 여겼던 주원의 수술 소식을 알게 되는 장면도 기억에 남습니다. 은혜가 본인과 유일하게 공감할 수 있고 서로는 솔직하다고 믿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됨으로써 얻는 충격이 독자에게도 고스란히 전혀 져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평범하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당연히 잡아야 함을 알면서도, 그럼에도 배신감을 느끼는 모순적인 감정이 와닿았습니다.
살면서 윤리와 이익이 상충할 때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시스템에서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윤리와 이익 중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기에 되고, 그러한 과정에서 과연 무엇이 맞는 것인지 판단해야 합니다. 그러한 상황이 온다면 저는 자신이 쌓아온 윤리와 결정이 부딪히지않도록, 세상에 이기적임에 맞설 수 있는 지식과 힘을 쌓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회사에서는 투데이를 무조건 죽이려고 들지만, 제가 가진 힘 와 권력, 혹은 기술로 그를 살릴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추천도
무조건 꼭 읽으라고 추천할만한 정도는 아니지만 누군가 제게 이 책에 대해 물어본다면 괜찮다고 대답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잔잔한 감동과 따뜻한 함의가 담긴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토론 주제
Q. 책 94쪽에 나오는 다음 구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공유해보자. "때때로 어떤 일들은, 만연해질수록 법이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그 일에서 손을 놓아버리고는 했다." 예를 들면 소방복이 계속해서 바뀌지 않는 일이 있다. 로봇과 같은 첨단 과학 기술에만 투자하고 사회적 문제는 타부시 되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자.
Q. 사회적 약자에 대해 사회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무엇이 있는가.
Q. 책에서 말하는 '천천히 달리는 연습'의 필요성을 느낀 순간이 있는가. 있다면 공유해 보자.
Q. 과연 과학 기술은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가? 그 반대인가?
기억에 남는 구절
"왜 요즘 다 베티를 가져다 쓰겠어. 인건비가 비싸지니까 먹고살려고 하는 거지 쟤가 초기 비용은 비싸도 장기적으로 생각하면 훨씬 낫고."
너무 빠르니까요, 조금 느려도 되지 않을까요?" 무엇이 빠르고 무엇이 느려도 된다는 말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묻지 않았다. 궁금했으면서 왜 묻지 않았을까. 보경은 그 순간의 자신을 자주 탓했다.
살기 위해서는 끊어야 할 때 연결된 선을 과감하게 끊어야 하는 것이다.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죽이느냐 마느냐의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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