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개요
육식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가족들에게 비난받고 사회적 강자에게서 끊임없이 피해를 받는 등장인물의 이야기입니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자행되는 폭력, 사회가 씌워준 강박적인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나무가 되고자 하는 영혜를 중심으로, 그녀를 이용하는 인물들과 그녀를 사랑하는 인물의 대비적인 서사와 심리묘사가 인상적인 소설입니다. 특유의 우울함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문체와 설정으로 많은 관심을 받아왔습니다.
저자 한강에 의해 쓰여진 총 276페이지의 한국 장편소설입니다. 2016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한 이후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하게 사랑을 받는 스테디셀러입니다.
나의 생각
<채식주의자>를 완독한 지는 꽤 시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명하게 기억이 나는 소설입니다. 임팩트가 강하고 소재가 자극적인 소설입니다. 저는 책을 읽기도 전에 이 책에 대해 많이 들어왔습니다. 워낙 유명했던 소설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어디선가 스릴러와 같이 무서운 소설이라는 소문을 듣고 시작 전에 지레 겁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소설은 확실히 독자에게 어떠한 두려움을 야기합니다. 하지만 그건 스릴러의 무서움과는 다른 무서움입니다. 굉장히 께름칙한 종류의 무서움이죠.
거북하고 소름이 끼치는 내용이 많습니다. 하마터면 저 역시도 정신병에 걸릴 수도 있겠다는 비약적이고 과장적인 생각이 들었습니다. 굉장히 그로테스크한 책입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규약들에게서 벗어나려고 고군분투하며, 누구에게도 인정받거나 이해받지 못하는 영혜가 안쓰러웠고 그런 영혜를 지켜보며 함께 속앓이하지만 어떻게 손 쓸 수는 없는 인혜에게도 공감이 가서 안쓰러웠습니다. 대표적으로 사회적 강자의 폭력성을 보여주었던 그들의 아버지, 남편과 같은 인물들에게는 혐오감이 가득 들었습니다. 등장인물별로 특징을 잘 잡아서 그려낸 소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정신병을 앓으면서 힘들어하는 모습이 너무 슬펐고, 또 정신이 아픈 사람들의 인생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인생이 정말 외롭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의 공감이라도 더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제가 가장 감정이입을 하고 안타깝게 바라봤던 인물은 인혜였습니다. 영혜가 아닌 언니 인혜 말입니다. 너무나도 불쌍한 인물입니다. 동생의 불행에 결코 본인이 직접적인 원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인생 내내 본인 탓을 하며 자책하며 사는 모습이 슬프고 인상깊습니다. 물론 언니로서 방관했다는 죄책감과 조금의 책임을 느낄 수는 있는 것이지만, 그보다 더한 가해자를 뒤로 하고 인혜 혼자 너무나도 큰 짐을 지고 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인자보다 살인자의 가족이 힘들다는 말처럼, 인혜 역시도 잘못된 가정의 피해자이기도 할 텐데 말입니다. 이야기의 끝까지 인혜는 영혜를 놓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그 와중에 얼마나 힘들면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까지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 초반에 인혜는 강하고 독립적인 성격을 가진 인물로 나옵니다. 하지만 그러한 꼿꼿하고 책임감 있는 성격으로 인해 결국 끝까지 동생을 놓지 못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마음 한편이 아립니다.
추천도
10점 만점에 7.5점입니다. 거북한 내용이 많았지만 소설의 플롯이 잘 짜여져있었고 독자로 하여금 엄청난 몰입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좋은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미있어서 시간을 낸다면 하루 만에도 완독이 가능한 소설입니다. 하지만 설정이 과하므로 그로테스크한 것들을 싫어하신다면 추천하지 않습니다.
토론 주제
Q. 소설 전반부에 남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의도에 대해 의논해보자.
Q. 영혜가 나무가 되고자 한 이유는 무엇인가.
Q. 영혜를 정신병원에 가둔 것은 인혜의 잘못인가 아닌가. 정신병원에 대하여, 가둔 것에 대한 죄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Q. 형부가 그려낸 꽃은 무슨 의미를 가지는가.
기억에 남는 구절
막을 수 없었을까. 두고두고 그녀는 의문했다. 그날 아버지의 손을 막을 수는 없었을까. 영혜의 칼을 막을 수 없었을까. 남편이 피 흘리는 영혜를 업고 병원까지 달려간 것을 막을 수 없었을까. 정신병원에서 돌아온 영혜를 제부가 냉정히 버린 것을 말릴 수 없었을까. 그리고 남편이 영혜에게 저지른 일을.
동생의 삶에 놓인 바둑돌들을 하나하나 되짚어 헤아리는 일은 부질없었을뿐더러 가능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생각을 멈출 수는 없었다. 만일 그녀가 그와 결혼하지 않았다면.
언니 말이 맞아... 이제 곧, 말도 생각도 모두 사라질 거야. 금방이야. 영혜는 큭큭, 웃음을 터뜨리고는 숨을 몰아쉬었다. 정말 금방이야. 조금만 기다려, 언니.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