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개요
노르웨이의 작가 게르드 브란튼베르그의 장편소설입니다. 남성과 여성의 위치가 정반대로 뒤바뀌어 있는 이갈리아에서의 상황을 묘사해 낸 소설입니다. 흥미로운 설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성이 가정을 지키고 여성이 사회활동을 합니다. 여성이 아이를 낳는 것이 신성하고 완전한 것으로 인식되며 아이를 낳지 못하는 남성이 오히려 불완전한 것으로 인식되어 차별을 받는 세상, 여성들은 가슴을 드러내고 다니지만 남성들은 성기를 반드시 가리고 다녀야 하는 세상입니다. 큰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 이 소설은 성과 계급에 대한 현시대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독자로 하여금 새로운 시각, 상대편에서의 공감을 가지도록 합니다.
나의 생각
획기적이면서 충격적인 내용을 굉장히 사실적으로 잘 묘사해낸 소설입니다. 이게 50년 전에 쓰인 소설이라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옛날에 쓰인 소설이고 번역을 거쳐서 읽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술술 잘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엄청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습니다. 조금은 역설적인 말이기도 하지만, 주제가 신선하고 저자의 발상에 감탄한 건 사실이지만 책을 읽으며 딱히 감동적인 부분, 재미있는 부분이나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 맴도는 부분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노골적인 불평등이 마음 속의 불편함을 끊임없이 초래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 또한 작가가 일부러 의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자인 저도 그랬는데, 남성 독자들은 그런 거부감과 불편함이 훨씬 컸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적나라하게 묘사되었을 뿐, 책에서 묘사되는 불평등은 여성들이 줄곧 겪어왔으며, 현재 사회에서도 여전히 겪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적인 희롱이랄지 성폭행의 위험성, 그리고 능력적으로 겪게 되는 보이지 않는 차별들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남성주의 사회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것들을 책에서 다루고 있어서 한편으로는 충격적이지만 한편으로는 통쾌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깨달은 것은 제가 평소에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여성으로서 많은 불평등을 겪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씁쓸하기도 하고 불쾌한 마음도 많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이야기는 성별만 바뀌었다 뿐이지 아예 가짜로 만들어낸 가상 속의 이야기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지점이 있습니다. 책에서는 여성이 태아를 잉태할 수 있음을 뛰어난 능력으로 인정합니다. 때문에 남성은 자연스럽게 여성보다 능력이 부족하게 여겨지며 자연적인 불평등이 생겨납니다. 책 속의 주장도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성은 생명을 잉태하는 위대한 일을 할 수 있지만 남성은 절대로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점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전혀 받아들여지지는 않겠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누가 더 능력이 뛰어난지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태어난 대로 제 역할을 각자 충실히 하고 서로 존중해 주면 되는 일입니다.
책에서 남성에 대해 여성이 성적인 비아냥과 조롱을 하는 대목을 읽었을 때가 기억납니다. 현시대는 대체로 여성보다는 남성이 상대 성별에 대한 조롱을 많이 합니다. 정말 수준 떨어지는 짓이지만, 부끄러운 줄 모르고 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책에서는 현실과 반대로 여자가 남자를 두고 성적 조롱을 일삼지만, 저는 여전히 불편했습니다. 너무 어색하기도 하고, 수치심도 함께 느꼈습니다. 동시에 현시대에 여성비하가 굉장히 보편화되어 있고 저 역시 적응되어 있다는 점을 깨달았고 살짝의 혐오감이 들었습니다.
추가로 책에서 묘사한 출산의 과정이 인상 깊습니다. 책에서는 출산의 순간에 하객들을 부르고 찬송을 받으며, 산모 본인조차도 진통을 즐기는 수준으로 출산을 축하합니다. 출산은 실로 위대한 일이 맞으며 한 생명이 태어나는 소중한 순간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임산부에게 부담과 불편함을 가져다주고, 결국 이는 출산율 하락이라는 비참한 결과로까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출산이라는 것이 정말로 모두가 축하하고 산모 본인이 진심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즐길 수 있는 일이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천도
10점 만점에 7점입니다. 중간에 살짝 지루한 부분이 있었긴 해도 전반적으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습니다. 이 시대를 사는 남녀노소가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재미를 위해서라기보다는 각성의 의미로 읽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가부장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현시대의 기성세대, 특히 남성들에게 가장 읽혀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들은 읽으려고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토론 주제
Q. 지금의 한국 사회를 되돌아보고 현재와 같은 정책 하에 아이를 낳을 것인지 고민해보자.
Q. 징병제가 좋은 것인가.
Q. 내가 여자라면 남자가, 혹은 남자라면 여자가 되고 싶었던 적이 있는지 생각해 보자.
Q. 실제 우리 집에서의 가사 분담 비율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기억에 남는 구절
"보고하지 말자, 페트로니우스. 모두 잊자. 그게 더 나아. 왜냐하면, 더럽혀진 맨움을 누가 원하겠니? 이번에는 그냥 내버려 두겠어. 그렇지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해. 이제 더 이상 해 진 다음에 바닷가에 가선 안 돼!"
예부터 임신 중에 어머니가 자기 뜻대로 하지 못하면 기형아가 태어날 수도 있다는 말이 있었다. 여러 가지 금기도 있었다. 예를 들어 하우스바운드가 가르마를 타면 언청이 아이가 태어나게 되고 맨움이 임신 중인 아내에게 화를 내면 아이가 사시가 된다는 등등이었다...
나는 당신을 증오해. 어떻게 웃을 수 있지? 그리고 어떻게 당신의 마음이 상처 입었다고 말할 수 있지? 내 마음은 상처를 입지 않았다고 생각해? 난 육체적으로 상처를 입었을 뿐이지 심리적으로는 상처를 입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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